[입선] 방글라데시에서 마주한 것 (장유정) > 지구생활수기공모(당선작)

본문 바로가기

지구생활수기공모(당선작)

제2회 [입선] 방글라데시에서 마주한 것 (장유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3-05-23

본문

현재 나는 기후, 환경 분야로 방글라데시에서 봉사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후 위기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인생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국을 떠나 타국으로의 봉사를 결심했다. 


 방글라데시에서의 나는 한국에 머물 때와는 다른 차원의 환경문제를 맞이하였다. 방글라데시의 환경은 가히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다. 아무 곳에나 널브러져 있는 길거리의 쓰레기들, 오염된 강물에서 씻고 있는 사람들,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검은 코딱지가 나오는 심각한 공기 오염. 위생적이지 않은 음식들. 물론 각오하고 왔지만, 무엇이든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이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환경을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여기서는 마트나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면 비닐봉지가 아니라 부직포 가방에 담아준다. 현재까지 한국에서도 잘 쓰이는 비닐봉지가 이곳에서는 부직포 가방으로 대체 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었다. 하지만 4개월 차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그것의 모순을 발견하였다. 부직포 가방이 비닐봉지보다 친환경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재사용의 장점을 가진 부직포 가방이 용도대로 사용되지 않고, 남용되고 있는 점과 무엇보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과연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우선시되었어야 했을 환경정책이었을까 라는 의문을 들게 하였다. 

 환경을 위해 비닐봉지 대신 부직포 가방을 사용하지만,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지 않으며 분리배출도 하지 않고, 길거리의 쓰레기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나로서는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한국에서의 분리배출은 전 국민이 하는 당연한 쓰레기 배출 방법이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도 없는 이곳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일반 쓰레기를 한 곳에 담아 버린다. 이것들을 수거해 따로 분리 배출한다고는 하지만 분리수거율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치로 보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간단했다. 이곳 사람들은 쓰레기를 나누고 버리는 일은 자신들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들의 할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이곳의 현실이었다.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도 바쁜 일상 속에서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먼 나라 일인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낮은 환경 인식 수준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정말 부끄럽게도 나 또한 이곳에서 분리배출 없이 쓰레기를 버렸었다. 현지의 방식에 맞게 사는 것이라 생각했었고, 나 혼자 분리 배출한다고 달라질 것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금 자각한 후에는 과거의 날을 반성했고, 앞으로의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게 된 동기가 되었다. 


 우선, 내 생활반경부터의 변화이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쓰레기장을 관리인의 도움을 통해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큰 드럼통 3개를 두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타는 곳에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포스터를 붙여놓고, 11세대의 주민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양해를 구한 뒤, 프로젝트 이야기와 올바른 분리배출 법을 설명하였다. 한국만큼 세세한 분리배출은 아니지만, 일단은 ‘분리’ 자체에 의의를 두었다. 또한, 내가 일하는 환경 NGO 기관에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였고, 앞으로는 기관과 함께 더 넓은 곳에 홍보하게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지 사람들에게 환경 인식을 조금이나마 심어주고, 분리배출이 결코 남의 몫이 아니고 언젠가 자신들이 되돌려받을 일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봉사 시작하기 전, 활동 프로젝트로 업사이클링의 주제를 생각했었지만, 현실은 분리배출 프로젝트였다. 이처럼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지만, 현지 상황에 맞게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언제는 모든 것이 문제투성이처럼 느껴져 답답함도 느끼고, 그것은 결코 한국에서 온 대학생 봉사자가 바꿀 수 없는 문제들이라 생각하여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을 (예를 들면 분리배출을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험할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지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함께 책임지고 도와야 할 문제라 생각하니 스스로 격려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방글라데시 생활을 잘 지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댓글목록

Willden님의 댓글

Willden / 작성일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BASIL@2019 Willden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