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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장려상] 기후와 어린이 (이정현) 제 2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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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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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기후정의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어린이 둘과 한 집에서 산다.

나의 뱃속에 살다 세상에 나온 어린이 1호는 지구인으로 산 지 10년, 2호 어린이는 지구에 산 지 7년이 되었다. 우리의 기후위기 대응 일상은 올해로 4년 차. 우리 셋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는 코로나와 함께 시작되었다.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비누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개인위생을 위해 손 씻기를 강조하던 엄마,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말자던 우리 집 지구인 1,2호.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에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그러니까 우리들의 몸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으로 비누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후 ‘플라스틱 용기 없이 지내보기’를 실천하며 친환경적 삶, 낭비없는 삶의 문턱을 넘어섰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을 만난 후에 기후위기와 우리 생활을 연관지으며 이야기 나누고..기후변화의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우리들의 일상은 하루 하루 변해갔다.


나무를 심자

 어느 날 큰아이가 합창 시간에 배운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이스크림 좋아 냉장고 자꾸 열면 빙하가 녹잖아~지구는 벗을 옷도 없는데 자꾸만 덥게 하면 안 되는데~나무 한 그루 심어보자 우리 지구 시원하게!”  제로웨이스트 강의를 앞두고 있던 내게 아이의 노래는 나를 잠시 먹먹함 가운데 머물게 했다. 기후위기를 마음속 깊이 묵상하는 순간이었다.

함께 노래를 불렀다. 가사를 되짚어보며 “그럼 우리 무얼 해볼까??”하고 질문을 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교롭게도 우리는 한 마을에 나무를 심으러 갔다.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 지구 시원하게!’


식물식으로의 발걸음

어떤 날은 ‘젖소 모아이나 이야기’ 책을 읽은 우리 집 지구인 1호가 말한다. “나는 이제 고기를 먹지 않겠어요. 왜 사람은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면서까지 고기를 먹어야 해요?” 비건 지향인의 삶을 살고 있는 엄마에게 하는 아이의 말은 “나도 이제 식물식을 하겠어요.” 하며 번역기를 돌린 듯한 말로 내 귓전을 맴돌았다.

아이는 고기 앞에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물을 너무도 사랑하는 아이는 고기의 맛보다 동물친구의 아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날을 보내며 엄마와 함께 식물식 실천으로의 발걸음을 떼는 중이다.

 

우리마을 쓰레기 줍기

시냇가를 건너던 큰 아이가 신발이 물에 빠진 상황에 옆에 있던 친구의 엄마에게 “그건 그렇고 여기 시냇가에 쓰레기가 너무 많네요. 한 번 주우러 올까요?”하고 이야기했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다. 가끔 그런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어른으로서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르친 적 없다고 생각한 기후위기 감수성. 아이는 매 순간 우리 삶 속 변화를, 작은 실천들을 잘도 받아들였다 싶었다. 우리가 함께 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또 앞으로 함께 할 순간들을 맞으며 아이들은 어떤 사람으로 자랄까?

작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여럿을 데리고 마을을 거닐다가 “여기 경주는 노을이 참 예뻐. 그지? 저 노을은 어떤 색으로 그릴 수 있을까?.” 내가 묻자 아이 중 한 명은 “잘 익은 복숭아 색깔 같아요.”하고 이야기했다. 나는 문득 ‘잘 익은 복숭앗빛 하늘’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마을 길을 걸으며 논, 밭에 버려져 있는 봉지, 플라스틱, 휴지를 주웠다. 아이들은 힘든 내색도 않고 마을 한바퀴를 돌며 봉지 가득 쓰레기를 모았다.

‘하늘 친구 바다 친구’ 동요를 목청 높여 부르며 복숭아빛 하늘과 어우러진 아이들이 너무도 예뻐 보이던 순간이었다.


코로나 직전 시작한 나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는 나 혼자 애쓰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이 아닌 일상이 된 날들 가운데 내 곁에는 항상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종종 기도를 한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달라’고...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 어떠한 색을 칠해도 그 색 그대로 본연의 빛을 내는 깨끗한 도화지 같은 아이들 마음.

어린이날을 앞두고, 올해는 유독 어린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어린 사람, 미숙한 존재, 돌보아 주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우리 집 어린이들. 그리고 우리 마을 친구들... 


되돌아보니 우리가 함께 기후위기를 이야기했던 날들이 촘촘히도 쌓여있다.

그 아이들 중 몇명이 오늘 4.14 기후정의 파업을 위해 세종으로 갔다.

피켓을 들고 활짝 웃는 나의 친구들, 그 얼굴들을 보고 있으니 과연 ‘함께’의 힘이 정말 강하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가슴이 뜨거워져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누군가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지구를 물려줄까?’하고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달리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벗 지구에게 어떤 아이들을 물려줄까?’하고...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 여기지 말자. 아이들은 배운 것을 머릿속에만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라 즉각 행동해 보이는 ‘지구의 절친’이다. 지난 몇 년간 함께 활동하며, 나는 어린이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어린이를 어리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주변 지인들이 때때로 기후위기로 우울한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할 때에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자.” 라고...

E.F.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우리 곁의 작은 존재. 작은 것 같으나 커다란 존재. 

어린이와 함께 오늘도 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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