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입선] 환경보호에 진심인 K-고3 (조유경) 제 2회 수상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3-05-23본문
나는 현재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K-고3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질 지구 생활 수기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환경에 관한 나의 생각이 바뀌게 된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이다.
나는 원래 환경보호에 대한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관심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18년 동안 환경파괴만 하면서 살고 있었다. 환경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냐면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어디에 버려야 할지 잘 모르는 것들은 전부 일반쓰레기에 버리곤 하였다. 심지어는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환경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당장 지금의 내가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생각만 했었다.
이런 나를 누구보다 환경에 진심인 사람으로 만든 계기가 있다. 바로 작년에 참여했던 ‘우유팩 모으기 활동’이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매 학기 ‘우유팩 모으기 활동‘을 진행한다. 가장 많이 모은 우수 학급에는 소정의 간식도 주는 활동이다. 특히 우리 반은 이 활동에 매우 진심이었다. 왜냐하면 이번이야말로 제대로 된 우리 반의 단합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부로는 해낼 수 없었던 꼴등반이라는 타이틀도 벗을 기회였다. 그래서 급식에 우유가 나오는 날에는 항상 모두가 우유팩을 챙겨왔고, 심지어는 하나하나 씻어서 교실 뒤편에 말리곤 하였다. 전교생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 학교의 특성상 다들 주말에만 집에 갈 수 있었기에 집에서 마신 우유팩은 매주 일요일날 기숙사에 들어올 때 무거운 캐리어에 바리바리 싸오 곤 했다. 이런 과정들이 때론 귀찮기도 했지만 하나둘씩 쌓이는 우유팩을 볼 때마다 내가 환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렇게 모인 우유팩이 어느 덧 500개 가까이 되었다. 우유팩 모으기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우리에겐 지금까지 모은 우유팩을 한 데 담고, 개수를 적는 순간이 제일 짜릿했다. 우유팩을 제출한 다음 우리 반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 “우리는 진짜 최선을 다했어. 우리보다 더 많이 모은 반이 있다면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 그리고 나는 우리 반이 이렇게 단합이 잘 되는 반인지도 몰랐어. 다들 진짜 수고했어!!”
모두가 후련한 마음으로 ’우유팩 모으기 활동‘ 결과 발표날만을 기다렸다. 어느덧 결과 발표날이 되었다. 우리의 바람대로 1등은 바로 우리 반이었다. 2등과의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개수였다. 비록 공부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우리 반도 1등이란 걸 한 뜻깊은 순간이었다. 1등으로 호명될 때 모두가 다 함께 일어나 소리 지르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반 모두가 다 같이 이뤄낸 결과였기에 더 기뻤다.
이처럼 ’우유팩 모으기 활동’은 우리 반의 숨은 단합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이와 동시에 내가 환경에 대한 반성과 관심을 가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
‘우유팩 모으기 활동’ 이후 나는 누구보다 분리수거에 진심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나의 예시를 들자면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인지라 하루 3끼를 급식실에서 해결하곤 한다. 그만큼 쓰레기 또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급식을 다 먹고 난 후 후식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데 쓰레기통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후식 쓰레기에 있는 비닐, 일반 등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를 모두 한데 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평소라면 그냥 한데 다 버리고 지나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날은 좀 달랐다. 얼마전 참여했던 우유팩 모으기 활동‘이 생각나면서 스스로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쓰레기통을 여러 개로 늘릴 것을 적극 건의했다. 그 결과 이후 급식실에는 여러 개의 쓰레기통이 배치되었고, 이제 나는 더 이상 불편한 마음으로 쓰레기를 버릴 필요가 없어졌다.
‘우유팩 모으기 활동’을 통해 환경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뀌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난 19년째 환경을 파괴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 하나 환경보호에 신경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했던 이전과는 달리 현재는 한 명의 꾸준한 관심이 환경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