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입선] 저는 채식 지향주의자입니다. (송미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3-05-23본문
"코로나 확진자는 어제보다 2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모두 외출을 자제해 주시고 개인방역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라는 처음 듣는 무서운 전염병이 전 세계를 집어삼키면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뉴스에서는 코로나뿐 아니라 환경오염으로 인해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고 앞으로 코로나 같은 전염병들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열심히 읽게 되었는데 그때 읽었던 '아무튼 채식'이라는 책을 읽고 더 이상 채식을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 채식할 거야. 이젠 우리 집에서는 치킨, 삼겹살은 없어."
"나는 삼겹살 안 좋아하니깐 괜찮아."라고 시크하게 대답하는 딸
"뭐? 치킨, 삼겹살이 없다고? 채식?“이라면서 나에게 되레 되묻는 남편
”나 내 몸을 위해서,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 바뀔거야.“
하루아침에 벼락같은 소리를 하니 가족들의 얼굴이 볼만하였다.
하지만
같이 사는 가족들은 전혀 채식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신랑은 골고루 먹는 게 몸에 가장 좋은 거라고 말하며 완강하게 거부하였고
성장기 딸에게도 채식을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세 명의 가족 중 나 홀로 채식을 시작하였다.
더 큰 문제는 영양사인 나의 직업이었다.
영양사의 업무 중 검식이 문제가 되었다. 채식한다고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고기반찬을 안 먹어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음과 달리 채식을 실천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현실과 타협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먹자라고 내 상황에 맞게 고쳐 가며 채식 생활을 이어갔다.
채식을 하다 보니 몇 가지 습관이 생겼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가공식품을 구매하기 전 원자재 명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될 수 있으면 비건이라고 적힌 식재료들로 시장을 봤다.
또 하나
보통 채식을 하면 먹을 게 없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맛있는 채식 레시피를 활용해 두부의 참 맛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몸도 가벼워지고 눈에 띄게 피부도 맑아졌다.
시간이 흘러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외부에서 식사할 일들이 생겼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에 몰랐던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왔다.
바로 외식 메뉴는 거의 고기 위주의 식사였다.
채식주의자가 흔하지 않으니 저 "채식주의자예요."라고 말하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특히 어른들과의 식사에서는 더 그랬다.
모임이 점점 많아질수록 채식 위주의 식사는 희미해져갔다.
흐리멍덩해지는 나의 다짐이 미워질 때쯤
다시 결심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꾸준하게 해보자'
매일 모임을 하는 게 아니니 집에서 식사할 때만이라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자라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현재까지 채식의 마음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구내식당 메뉴에도 '고기 없는 날'을 만들어 채식 위주의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고
영양교육을 할 때도 채식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채식 지향주의자“가 되라고 말한다.
어느 날 딸아이가
"나도 엄마처럼 고기 없이 먹어볼게. "
하더란 말이다.
채식을 완강히 거부하던 우리 신랑도
"오늘은 건강한 집밥으로 먹어볼까?"라고 이야기해 나를 흐뭇하게 한다.
채식은 꼭 지켜야 하는 신념이 아니다.
나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채식을 하면서 내 몸이 건강해졌듯 지구도 점점 건강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