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입선] 지구인의 하루 (문혜진) 제 2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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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3-05-23본문
“진아~! 일어나.” 라는 엄마의 부름에 눈을 뜬다.
‘아, 오늘도 무사히 아무 일 없이 아침을 맞이했구나, 지구에게 무한감사!’ 하고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너무 편리하고, 따로 운동을 하지 않는 이상은 몸을 움직일 일이 적은 요즘 시대에는 하루 두끼도 충분한 것 같아 아침 공복에 물 한잔을 마시고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설 찰나, “잠깐만, 카페가는 길에 두부 2모 사가지고 가”라며 엄마가 스테인레스 통을 챙겨주신다. 두부 사오길 부탁하실 때마다 통을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먼저 알아서 챙겨 주신다. 엄마, 고마워요.
이제는 진짜로 출근길에 나선다. 내가 하루 종일 머무르는 카페까지는 약 3.7km. 대중교통보다는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간다. 가는 길에 재래시장에 들려 두부 사는 것도 까먹으면 안된다. 시장에서 파는 손두부는 따로 플라스틱 포장 없이 한판 가득 놓고 잘라 판다.
“국산 두부 두모 주세요”
“아이고, 우리 집에도 이런 비슷한 통이 있는데, 통이 튼튼하지 괜찮더라” 하시며 아직도 따뜻한 두부를 담아 주신다. 날이 추울 때는 스테인레스통의 바닥에 손을 바치고 오면 손이 따뜻해져서 좋다.
“오늘 점심은 두부김치다”
아직 남은 출근길이 기분 좋아졌다.
카페에 도착! 출근하자마자 빵들은 바로 만들기를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란 쌀로 만든 가루와 우리 통밀가루로, 우유 대신에 두유로 넣고, 계란 없이 반죽해서 만들고 굽는다. 수입산 밀가루보다 우리나라에서 자고 난 곡물로 빵들이 만드는 것이 탄소 발자국도 줄어들겠지? 달걀을 빼앗지도, 송아지가 먹을 우유도 빼앗지도 않고 빵들 굽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나와 같이 숨을 쉬며 살아가며 생명이 따뜻함이 있는 동물들과 같이 공존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연결되어 살아감을 믿는다. 동물들아, 함께 살아가줘서 고마워요.
구워진 빵이 식을 동안 얼른 점심을 챙겨 먹는다. “두부, 완전 고소해~~!”
“짤랑~” 하는 소리에 주방 밖을 보니 손님이 빵을 찾는다.
빵을 포장해서 손님들이 종이백을 모아 가져다준 종이백에 다시 빵들을 담아 건네 드렸다. 손님들, 고마워요.
한적한 시간이 되면, 한숨 돌릴 겸 카페라떼 한잔을 즐긴다. 두유(가끔 오트유)로 스팀을 쳐서 마신다. 두유의 깔끔하고도 고소한 맛이 에스프레소랑 잘 어우러져 한 모금 마시자마다 기분이 스르륵 좋아진다. 의외로 휴일에 다른 카페에 가서 카페라떼 마시고 싶어도 두유 옵션 가능한 곳이 거의 없어 라떼 한잔 즐기기가 너무 어렵다. 한번을 카페사장님께 왜 두유옵션이 없는지 물어 보았더니,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라고 하셨다. ‘지구의 모든 종들 중에 성인체가 되어서도 모유를 마시는 종은 인간밖에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송아지야, 미안해.
벌써 저녁밥 먹을 시간이다. 먹는 건 항상 신난다.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파김치, 고기나 생선살이 들어가지 않은 미역국, 재철 시금치 나물, 그리고 한그릇 가득 담은 쌀밥, 시금치 나물은 제철이라 그런지 달고 고소하다. 젓갈없는 파김치는 깔끔하다. 미역국도 얼큰하니 부드럽다. 내가 먹는 것들이 내 몸의 이루어 준다고 생각하기에 채소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 마다 몸을 맑게 해 주는 기분이 든다. 마음까지 가볍다. 식물들아, 고마워요.
배도 부르고, 얼른 마감하고서 집에 가야겠다.
미세먼지가 심하니까 깨끗이 빨아 쓰는 면마스크를 쓰고서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서 팟캐스트 방송을 들으면서 힘차게 또 걸어가야지.
걸어가다 보면 가로수의 나무들을 보며, 불어보는 바람을 느끼며, 사람들이 옷차림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오늘 하루도 지구인답게 잘 살아 낸 거겠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나는 이 지구에서,
빙하가 다 녹아 사라지고 있는 이 지구에서,
기후변화로 대홍수나 가뭄이 심각한 이 지구에서,
점점 더 물이 귀해지고 있는 이 지구에서,
열대우림을 불태워 없애고 개발에서 힘쓰는 이 지구에서,
내일 아침도 무사히 맞이할 수 있겠지?
오늘 하루도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