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장려] 광목 천 생리대가 새되어 더 많이 휘날리기를 (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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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2-03-21본문
하얀 천 조각이 아파트 베란다 건조대에서 나풀나풀 날리는 것이 흰색 옷 입은 여러 무희들이 춤추는 것 마냥 걸쳐져 있다. 갓난아기도 없는데 어찌하여 광목천이 저리 많이 걸리었을까? 할 수도 있고 기저귀 차는 아기가 있다 해도 요즘 세상에 힘들게 누가 천기저귀를 삶아서 빨아 사용할까? 하겠다.
그러면 치매 걸린 할머니의 똥 기저귀를 대신해서 저리 많은 천이 주렁주렁 달렸을까? 그것도 아니다. 벌써 십년 째 천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 사용 용도는 바로 자연생리대로 이용하고 있다.
알고 지내던 지인이 생리통이 너무 심한 딸의 이야기를 듣고는 한 번 사용해 보라면서 시장에서 직접 사 온 광목천을 대, 중, 소 크기별로 마감처리를 해서 삶아서 깨끗하게 마련해 준 선물이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환경에 대한 인식보다는 선물로 받았으니 사용은 해 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했다. 또 딸은 엄마를 닮아서 생리통도 심했지만 어릴 때도 기저귀 발진이 심하더니 생리대 발진도 너무 심해서 아주 좋은 생리대를 사용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던 차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천 생리대를 사용 한다는 것이 옷에 배어나올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 빨아 삶아서 사용한다는 것이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에 대한 귀찮니즘도 한 몫해서 꺼려했다. 그러나 일단 딸의 선물이었지만 엄마가 먼저 실천해 보고 좋은 점을 말해 주면서 차츰 딸도 함께 하기를 고대하면서 실천에 옮겨 보기고 마음먹었다.
여름에는 생리를 할 때 생리대의 화학 성분 때문에도 그렇지만 통풍이 안 되고 땀이 차다보니 아랫부분이 가렵거나 땀띠가 차는 경우가 있어서 잠자는 밤 시간대만이라도 자연 생리대를 하고 자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가려움증도 해소가 되었고 생리대를 큰 것으로 앞, 뒤로 넉넉하게 하고 위생팬티를 입었더니 배어나오지는 않았다.
시판되는 생리대를 착용했을 때는 까끌까끌하고 불편했던 부분들도 말끔히 해소되었다. 자연 생리대는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편안함으로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밤에 천 생리대를 사용해서 긍정적인 부분을 느끼니 불편하지만 낮에도 사용해 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그래서 파우치에 챙겨서 일상생활에서의 낮 시간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파우치 안에는 비닐봉지를 하나 챙겨서 사용한 혈 묻은 생리대를 담았다. 시판되는 생리대를 이용했을 때는 화학 성분과 만나서 그런지 고약한 냄새가 나서 힘들었는데 자연생리대는 혈 냄새만 조금 나고 그렇게 역겹지는 않았다.
지인 언니가 시판되는 생리대가 썩어서 없어지려면 너무나 많은 세월이 걸리고 사용하는 생리대가 너무 많아 그 쓰레기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리고 천 생리대는 빨아서 재사용할 수 있어서 비용 면으로 봤을 때도 훨씬 경제적이라고 했다.
사실 우리 집만 해도 그렇다. 여자 둘이면 한 달에 생리대 양은 얼마나 나올 것이며 생리대를 사는 비용도 한 달에 사 오만원은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천 생리대는 떨어지거나 해지지 않는 이상은 계속 빨아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시판되는 생리대에는 발암 물질도 있다지만 고분자 흡수체라는 것이 있어서 생리 혈을 흡수시키면서도 우리 몸의 수분까지 고밀도로 흡수시켜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니 이 얼마나 불편한 진실인가?
어쨌든 지금은 딸도 동참한지 십년 째가 되었다. 생리통도 많이 줄었고 천 생리대라 자연 통풍이 잘 되니 생리대 발진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생리가 끝나는 무렵이면 팬티라이너를 대신하여 가제 손수건을 건넨다. 그러면 감촉도 좋을뿐더러 생리 혈도 금방 빠져서 세탁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요즘에는 환경에 대하여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정말 기쁘게 천 생리대를 빨아서 삶아 사용하고 있다. 비록 귀찮은 일이기는 하나 이것이 내 몸을 지킴과 동시에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하고 있다. 삶아서 사용하니 위생적이면서도 착용했을 때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딸도 이런 기분이 드는지 함께 꾸준히 하고 있으며 엄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친구들에게 권하기까지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일에 동참하기를 바래보며 딸과 나는 홍보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지구가 조금 더 편안하게 웃는 그 날을 생각하면서...광목천이 날개를 단 새가 되어 더 많이 휘날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