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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입선] 짠순이 일상 (장명숙) 제3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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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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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왜 가져가요?” 분리수거함을 뒤지니 경비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매일같이 재활용수거함을 뒤지는 줄 알면서도 볼멘소리다. 천연비누를 만드느라 우유갑, 플라스틱 반찬 통을 주워간다. 다음번엔 천연비누를 만들어 한 장 드려야지 맘먹는다. 분리수거함 옆에는 커다란 비닐봉지에 음료수 캔과 생수병, 스티로폼 박스가 분류되어 있다. 저렇게 많은 쓰레기들이 썩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니 눈살이 찌푸려진다. 


  재활용품을 주워 집에 와서 플라스틱 반찬통을 크기별로 분류했다. 비누 액을 녹여서 부어 천연비누를 만들면 환경도 보호하고 피부도 고와지니 일석이조다. 우유팩은 쫙 펼쳐서 도마 대용으로 비누덩이를 잘게 자를 때 사용할 예정이다. 한 번 사용한 종이컵은 모아서 녹차나 쌀겨 같은 비누에 첨가할 가루를 갤 때 재사용한다. 


  아파트에 살면서 지인들과 천연비누를 만들어 나눠 쓰는 나는 짠순이 아줌마로 통한다. 내 나름대로 아나바다 운동을 실천해오고 있는 것이다. 물건 아껴 쓰기는 기본이다. 물건이 많으면 이웃과 나눠 쓰고 바꿔 쓴다. 잔 고장이 잦은 소형 전자제품은 고쳐서 다시 쓴다. 특히 환경오염이 적은 천연비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천연비누 전도사가 되었다. 
 

  천연비누는 물에 빨리 용해되어 환경오염이 적다. 천연비누로 얼굴과 손도 씻고 머리도 감을 수 있다. 천연비누를 사용하면 화학세제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세제를 덜 사게 되니 경제적이고 가계 부담을 줄여준다. 환경오염도 줄이고 피부건강도 지켜주는 천연비누를 만들어 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 


  지난 주말 시골에 가니 어머님이 집에서 직접 만든 빨랫비누 몇 장을 주셨다. 집에 가져와 사용해보니 비누칠 몇 번에 옷감에 찌든 때가 금방 지워졌다. 속옷과 손수건, 양말과 손걸레 빨 때 그 비누를 쓰니 때가 말끔히 사라져 기분이 좋았다.


  계절이 바뀔 때면 옷장 정리를 한다. 입지 않은 옷들을 버릴 땐 다른 쓸모를 생각해 본다. 목이 늘어난 양말은 막대기에 끼워 청소도구로 쓰면 재활용이 된다. 애들 속옷이나 가재 수건은 잘라서 화장실에 두고 물티슈 대용으로 쓴다. 헤진 스타킹에 비누조각을 넣어 걸레나 양말 빨 때 사용하면 거품도 잘 나고 세탁이 용이하다. 긴 막대에 스타킹을 끼워 옷장이나 소파 밑을 청소한다. 스타킹의 정전기가 먼지를 흡착해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잘 묻어나온다. 잘 입지 않는 옷이나 헌 책, 생활용품 따위는 한 달에 한 번 ‘아름다운 가게’에 가져가 기부한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있다. ‘우리가 아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를 위해서다. 절약하는 마음 밭에 희망이 찾아온다. 절약과 희망은 연인 사이니까.’-윈스턴 처칠-의 글귀를 소리 내 읽는다. 읽다 보면 절약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오늘도 이 빠진 접시를 화분 받침대로 사용했다. 양파 망에 비누조각을 넣어 아침에 쓴 행주를 빤다. 한번 쓴 일회용 비닐장갑은 집게로 콕 집어 베란다에 널어둔다. 잘 말려 쓰면 몇 번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어쩌다 시장에서 받아온 비닐봉지들은 시장에 갈 때 야채 파는 할머니께 갖다 드리면 참 좋아하신다. 


  전통 시장 갈 때 배낭에 반찬통이나 시장 가방을 챙겨간다. 팥죽을 좋아하는 데 일회용 용기에 담아오기 보다 집에서 가져간 반찬통에 담아오면 되기 때문이다. 시장 가방에는 채소와 과일이 통째로 담겨져 있다. 가끔 받아온 비닐봉지들도 재활용하거나 다시 시장에 갖다 준다. 


  버스나 택시는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다. 걷는 걸 좋아해서 몇 정거장은 운동 삼아 걸어 다닌다.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연들을 피해 도심의 푸른 숲길로 걸어 다니면 기분도 좋다. 버스 타러 갈 때나 슈퍼에 갈 때 동전을 현관 앞에 올려두었다가 얼마씩 꼭 들고 나간다. 여기저기서 거스름돈으로 받은 백 원짜리 동전이 2천 원이 넘은 적이 있었는데, 그걸 현관 거울 앞에 놓아두었다가 썼더니 지폐사용이 줄었다. 


  작은 물건도 아껴 쓰고, 재활용품으로 천연비누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 쓰니 가계부 지출이 많이 줄었다. 내가 하는 일이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하다. 나처럼 천연비누를 만들어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고 내 짠순이 일상을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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