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장려] 청소 담당 경찰관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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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2-03-21본문
꿈에 그리던 경찰관이 되었고, 단어책을 달달 외우면서 꼭 저기서 근무해야지 다짐하던 지구대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빗발치는 112신고를 처리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또 신고를 뛰고 야식을 먹고 야간근무를 하며 밤을 새고 몸은 너무 힘들었지만 경찰근무복을 입은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밥시간이 다른 직장인들과는 다르게 12시~1시까지 온전하게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동료와 교대로 먹거나 혹은 신고가 있는 경우 다 먹지 못할때도 흔치않게 있었다. 밥은 주로 식당에서 먹었지만 가끔 식당이 아닌 배달을 시켜먹을 때가 있었다. 나에게 배달은 특식 아닌 특식을 먹는 기분이기에 고심해서 메뉴 선정을 했고 선배님들이 사주는 날에는 가격 신경쓰지 않고 먹고 싶은것을 야무지게 골라 선배님들이 생색낼 수 있는 기회(?)를 드렸다. 정말 배부르게 먹고 행복했다. 다 먹은 후 많은 양의 일회용품 용기들을 마구잡이로 일반쓰레기에 넣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쓰레기를 똑똑하게 버리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내용물 비우기, 라벨지 제거, 건조시키기, 더 중요한 플라스틱 줄이기 등 기본적인 것. 유투브를 보며 우리의 사소한 행동으로 아파하는 동물들을 보게 되었고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분리수거 뿐만 아니라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최근에는 아버지가 나보다 더 하다며 혀를 내두르기도하셨다. 이런 나를 보며 놀라는 친구도 있었고 존경스럽다고 엄지를 세워 보이는 친구도 있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불편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때 그 상황은 나에게 매우 불편했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는 선배가 하는 행동을 바로잡을 만한 용기가 부족했다. 용기가 부족했다는 말로 나의 환경오염 방관자 라는 사실이 합리화되지 않음은 잘 알고있다. 그래서 달라지기로 했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을 구분하고 신고처리하고 돌아와 또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플라스틱 용기를 비우고 닦고 분리수거했다. 이런 나를 보고 지을 선배의 표정이 좋지 않을까 무서웠고 또 갓 들어온 순경이 너무 나댄다고 여길까봐서 몰래 몰래 했던 것이다.
이 작은 지구대에 비밀이 있을리 만무했다. 주변에 관심이 많은 오지랖 넓은 다른 선배가 누가 쓰레기통을 청소하는거냐며 너무 깨끗해졌다고 너 아니냐고 했을때 이미 다들 알고 계셨던 것이다. 우려와는 다르게 나를 보는 선배의 눈빛은 따뜻했고 동료들은 존경과 고마움을 표했다. 가끔 너무 바쁜날에는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고, 몸이 지치지만 농담조로 “쟤 유엔에 보내자”는 동료들의 말에 지금까지도 책임감을 느끼며 청소담당을 자처해서 맡고 있다. 직장 내에서 나의 유일한 힐링타임이다.
우리팀에도 막내 후배가 들어왔고, 눈치빠른 후배들은 선배인 내가 분리수거를 하고 있으면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본인들이 하겠다고 나선다. 처음이라 잘 못하여 내가 하는 부분이 더 크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동참하려는 마음이 고마워 오늘도 이건 이렇게 해야되는 거라고 한소리한다. 이런 내 잔소리가 꼰대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주었으면. 또한, 본인들이 경찰근무복을 입은 것만큼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경찰이 경찰일만 잘하면 되지 우리가 청소부도 아니고 왜이렇게 유난이냐는 소리도 들었지만,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과 경찰일이라는 것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내가 하는 경찰일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분리수거나 일회용품 줄이기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나랑 우리팀 후배 둘이 주축으로 지구대를 지키고 있지만 우리의 이런 행동이 이제 막 경찰을 꿈꾸는 많은 청년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실천해야겠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 또한 국민을 생각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