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선] 플라스틱 없는 깨끗한 놀이터 (김은경) > 지구생활수기공모(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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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입선] 플라스틱 없는 깨끗한 놀이터 (김은경) 제3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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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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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똘이는 충북 진천 출신 진도 믹스다.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을 벗어난 적 없는 똘이에겐 산이 놀이터고 들에 널린 모든 게 장난감이다. 공 대신 알감자를 물어오고, 목이 마르면 냇가에 가서 입을 축이고, 지치면 나무 그늘 아래서 잠이 든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고 자란 우리 똘이에겐 도시 개들이 누리는 문명이란 너무나 먼 이야기다. 그래도 우리 똘이는 여느 강아지 부럽지 않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똘이가 구석에 처박혀 무언가를 입에 물고 열심히 깨물었다. 쑥쑥 자라는 이가 간지러운 똘이를 위해 족발이나 갈비를 먹고 남은 뼈를 푹 삶아 간을 빼서 주곤 했다. 그러나 그날 내 귀에 들어온 소리는 뼈를 씹는 소리가 아니었다. 굵고 단단한 뼈를 씹을 땐 으득으득거렸으나 이건 미끄러지며 까득까득거렸다. 의아해하며 다가간 내 눈에 들어온 건 일회용 숟가락이었다.


 플라스틱 조각이 넘어가면 큰일이라 얼른 뺏었다. 숟가락을 뺏긴 똘이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더니 어딘가로 쪼르르 걸어갔다. 따라가보니 그곳에는 자잘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가득이었다. 음료수를 담았던 페트병, 일회용 도시락 뚜껑, 모자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고정대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이가 간지러울 씹으려고 한데 모아둔 모양이었다. 기겁을 한 내가 그 자리에 있던 플라스틱을 싹 모아다가 분리수거함에 넣어버렸다. 수집품을 뺏긴 똘이는 시무룩해졌지만 국물을 우리고 남은 사골을 갖다 주자 금세 기분이 풀렸다. 꼬리를 흔들며 열심히 뼈를 씹는 똘이를 바라보며 심란해졌다. 그동안 내가 버린 플라스틱이 동물들의 뱃속에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뒤늦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날 다짐했다. 플라스틱과 헤어지기로.


 점심시간마다 시켜 먹던 배달음식부터 끊었다. 대신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한 메뉴는 볶음밥과 샌드위치다. 집에 있는 재료를 넣어 굴 소스와 함께 볶아주면 특별한 요리 실력이 없어도 괜찮은 맛을 낼 수 있다. 계란과 감자를 삶아 마요네즈를 넣고, 양배추나 제철 과일을 곁들인 샌드위치도 먹기 좋다. 집에 있는 도시락통을 활용하니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도 없을 뿐 아니라 음식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 깔끔하다.


 음식 다음엔 커피였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커피를 마셨다. 지금까지 내가 버린 일회용 컵의 수를 헤아려보니 숨이 턱 막혔다. 커피를 끊을 수는 없으니 개인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로 했다. 텀블러도 자주 바꾸면 오히려 환경오염이라고 해서 최소 10년 이상 쓸 각오를 하고 골랐다. 개인컵 지참 시 할인을 해주는 곳이 많아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불편함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게 되니 가방에도 변화가 생겼다. 안 그래도 무거운 가죽 가방에 텀블러까지 넣을 수 없어서 에코백을 들기 시작했다. 가볍고 많이 들어가는 데다 더러워지면 쉽게 세탁이 가능하다. 스크래치나 낡은 티를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좋다. 계획에 없이 장을 보게 될 때도 쇼핑백이나 비닐봉지를 사지 않아도 된다. 그전까지 들고 다니던 가죽 가방은 교체 주기가 1~2년이었다. 에코백은 벌써 몇 년째 쓰고 있지만 끄떡없다.


 그날 이후 똘이는 더는 플라스틱을 씹지 않는다. 이갈이가 지나고 어엿한 성견이 되어서도 있겠지만 똘이를 보러 가는 날엔 어떠한 플라스틱 쓰레기도 버리지 않겠다는 내 다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껍질째 삶은 고구마를 나눠 먹고 할머니 때부터 길어 올렸다는 지하수를 손으로 받아 마시며 똘이의 고향이자 나의 유년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산골마을을 바라본다. 이곳만큼은 사람의 손길이 덜 닿길, 나의 사랑하는 강아지와 이름 모를 동물들이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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