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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장려상] 도약 (한혜지) 제3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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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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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오늘은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강의를 들을 것이라며 선생님은 분필을 들었다. ‘바닥 거북이의 멸종’ 하얀색 분필로 커다랗게 적힌 글자는 내 시선을 뺏어갔다. 잠시 멍하니 칠판을 바라보며 뻐끔뻐끔 글자를 따라 읽었다. 그 거북이는 잘살고 있을까? 일 년 전 일이었다. 부모님과 집 주변 바다를 산책하던 중 무언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바다 거북이였다. 모래사장 끝에 위치한 바위틈 사이에 있는 녀석의 모습은 어딘가 좀 이상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녀석은 입 안에 걸린 폐그물이 바위틈에 끼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북이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가만히 그저 파도에 이리저리 쓸려 다닐 뿐이었다. 나는 다급히 바위 아래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은 휴대전화를 꺼내 해양 경찰에 신고했다.


해경들은 거북이 위로 연신 바닷물을 뿌렸다. 말라가는 녀석의 등껍질은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였다. 그물 제거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나는 혹여나 거북이의 숨이 멎지는 않을까,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 내 입술은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바짝바짝 말라갔다. 차마 힘들어하는 거북이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엄마의 등 뒤로 숨었다. 그런 내 귀로 됐다, 라는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 순간, 온 세상이 조용해지며 파도 소리만이 뚜렷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바다가 거북이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수업 시간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언제 시끄럽게 떠들었냐는 듯 자리로 가 앉았다. 외부 강사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강사는 티비를 켜며 영상을 먼저 본 후 강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바다 거북이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알을 낳는 거북이의 모습과 함께 내래이션이 흘러나왔다. 바다 거북이는 기온에 따라 새끼의 성별이 달라집니다.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수컷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어…. 내래이션의 목소리는 낮으면서 진중했다. 교실 안을 가득 채운 목소리는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현실을 들여다보라며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만 같았다. 멸종이라는 단어가 귓가에 들려오자 더욱더 선명하게 바다 거북이의 모습이 눈 속을 파고들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느릿느릿 바다 안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말이다.


구조된 거북이는 긴 꼬리를 가진 수컷이었다. 해경은 거북이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거북이는 코에도 문제가 있는 듯 보였다. 코뿔소의 뿔처럼 위로 무언가 박혀있었다. 플라스틱 빨대였다. 느릿하게 감기는 녀석의 눈이 다시 떠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경찰은 바다 거북이를 인근 병원에 옮겼다고 말했다. 제발 잘 살길. 나는 거북이가 다른 쓰레기는 먹지 않았길 빌었다.


바다 거북이의 몸속에서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가 발견되었다. 티비 속 거북이는 싸늘한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강사는 우리들이 버린 쓰레기가 거북이의 생명을 위협하여 더욱 거북이의 멸종을 독촉하는 것이라 말했다. 앞으로 에너지 절약에 신경 쓰며 플라스틱 사용과 비닐 사용에 유의해야겠죠? 강사의 질문에 반 아이들은 모두 네, 라 답했다. 나는 그중 가장 큰 목소리로 답했다. 몇백 년을 살 수 있는 거북이가 저 쓰레기 하나로 남은 여생을 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했다.


나는 문득 작년의 그 거북이가 궁금해졌다. 티비 속 거북이처럼 메말라 버린 것은 아니겠지. 내가 집으로 들어오자. 엄마는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다가왔다.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는 어딘가 상기되어 보였다. 일 년 전, 바다 거북이 기억나? 엄마는 내 손을 꽉 잡았다. 그 거북이 다음 주에 바다에 돌려보낸다고, 보러 오래. 나는 그 소식에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그 아이를 살렸다는 기쁨 때문일까? 아니면 예상치 못한 소식에 대한 설렘 때문이었을까?


바다 거북이의 등껍질은 일 년 전과 달리 매우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물기로 반짝이는 거북이의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일렁였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동물 보호사는 나에게 거북이를 건넸다. 직접 풀어주시겠어요? 조심스레 거북이를 품에 안았다. 따뜻한 거북이의 온기가 느껴졌다. 코끝이 찡하니 아려왔다. 나는 천천히 바다 거북이를 모래사장 위로 내려놓았다. 모래를 쓸며 들어가는 파도를 향해 거북이는 여유롭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점점 멀어지는 거북이를 나는 멀거니 바라보았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그날 이후 쓰지 않는 코드를 뽑고 에어컨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새로 반팔티를 구입하려다 참기도 했다. 면티 하나를 만드는데 많은 수질오염이 이루어지며, 기능성 면티에서는 세탁 시 미세 플라스틱이 계속해서 나온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었다. 나는 새로 더 입을 수 있는 옷과 더 이상 작아서 입지 못하는 옷을 구분했다. 못 입는 티는 가방이나 파우치로 리폼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내가 버리는 쓰레기와 쓰는 에너지만큼 바다 거북이의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새겼다. 그 아름다웠던 바다 거북이의 도약이 계속되길 바라고 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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