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장려상] 우리들의 할아버지 (박주희) 제 2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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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항상 일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농부이면서도 환경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환경문제는 그저 할아버지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할아버지 태도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 걸 눈치챈 것은 지난 가을이었다.
나는 환경 관련 봉사자로 활동하면서 할아버지와 함께 지역 쓰레기 처리장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장소를 처음 보았다고 그러셨다. 끝없이 펼쳐진 쓰레기들과 타오르는 냄새는 그 주변 사람들 모두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환경오염과 폐기물의 피해를 직접 보고 그동안 얼마나 심하겠어,하고 넘겼던 할아버지조차 화학비료와 농약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신 듯 했다.
"하.. 눈이 매커울 정도로..."
할아버지를 쳐다보자 그동안 손수 키워온 토마토만큼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실 할아버지와 반대로 나는 항상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가 수 많은 토마토 나무에 농약을 그만 뿌리고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바꾸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틈만 나면 지역에서 열리는 지속가능성 컨퍼런스에 함께 가도록 할아버지를 초대하기도 했고, 전문가들을 소개하여 환경 문제, 자원 보존, 플라스틱의 파괴적인 영향 등에 대해서도 밥상머리 대화소재로 이야기하곤 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는 이 모든 것이 그의 농삿일이나 그의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말투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만 좀, 환경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가? 우리나라는 이미 많이 발전했잖아~. 나 참, 고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그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니까."
"머라고, 그래서 다 버렸어?"
"그럼 어떡하다냐?"
할아버지는 조금씩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행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깨달는 듯했다. 이후 몇 주 동안 할아버지는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농사를 하는데 필요한 비닐 봉지들을 더 많이 재활용하고, 폐기물을 줄이면서 자신의 환경 영향력에 대해서도 더 신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한 비즈니스방식에서도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항상 오래되고 편한 방식으로만 일을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노력했다. 그는 폐기물과 오염을 줄이는 새로운 기술과 생산 방법을 공부하고, 더 환경 친화적인 자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직접 사용해보곤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단지 토마토 농사에서만 변화를 이룩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일상에서도 변화를 이룩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고, 지역에서 봉사를 하며,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이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환경과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신다.
나는 할아버지의 변화를 보면서 뿌듯하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변화는 수십년동안 본인이 살아온 시간과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이제 할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에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지구로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할아버지처럼 노력하면, 나의 작은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환경 문제는 모두가 신경 써야 할 문제인 동시에 함께 이루어나갈 때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일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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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den님의 댓글
Willden / 작성일수상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