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입선] 학교 밖 환경지킴이 (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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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7시야. 얼른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하렴”
오늘도 엄마가 나를 깨운다.
‘하아 학교 가기 싫어... 벌써 월요일이라니...’
새로운 한주가 또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뭐든 것이 다 귀찮았다. 밀린 통합과학 숙제와 수행평가 준비를 하다 새벽 2시에 잠들어버린 탓에 평소보다 피곤함이 더욱 느껴졌다. 일어나자마자 양치를 한 후 무거운 몸으로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출근 준비로 분주하신 엄마가 레토르트 식품들을 꺼내 접시에 담고 전자레인지에 데워주셨다. 오늘의 메뉴는 미트볼과 미역국이었다.
내가 아침을 먹은 후 엄마는 먼저 집을 나가셨다.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혼자 느긋하게 유튜브를 보다 보니 시계는 벌써 8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큰일이었다. 학교와 집이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늦어도 8시 10분에는 학교를 출발했어야 한다. 결국 택시를 타고 겨우 교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휴우...”
환경지킴이인 나는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공기청정기를 켰다. 학기 초, 봉사시간을 두둑히 준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번쩍 손을 들어 나는 우리 반 환경지킴이가 되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별로 할 일이 많지 않아보여 재빠르게 지원하였다.
“윤아 앞으로 우리 반 공기청정기랑 이동 수업할 때 교실 전등 키고 끄는 거 담당해주면 돼”
“네에 열심히 해볼게요.”
그렇게 시작된 환경지킴이 활동. 매 이동수업 때마다 교실을 맨 마지막으로 나가 전등과 공기청정기를 껐고, 환기도 꾸준히 하여 오늘은 담임선생님께 칭찬을 듣기도 하였다.
어느덧 6교시의 수업이 끝이 났다. 갑자기 30도까지 올라간 날씨 탓에 나는 목이 너무 말라 학교 앞 카페에서 딸기 주스를 포장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학원이 가기 전, 배가 고팠던 나는 집에 남아있던 컵라면 하나를 꺼내 먹는다.
라면을 먹다 나는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환경지킴이였던 나는 선생님들께 보여지는 장소인 학교를 제외하고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동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 하루만 되돌아봐도 일어나자마자 먹은 레토르트 음식들의 일회용기, 택시타기, 딸기주스를 담은 일회용컵, 컵라면... 오늘 하루에만 사용한 일회용품의 양이 상당했다. 이러한 생활이 익숙했던지라 그동안은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오늘따라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신 칭찬을 돌이켜보니 그동안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편리하고 간편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나를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생활로 바꿔야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래,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해보는 거지.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조금씩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간편하게 먹어야 하는 아침은 레토르트 식품에서 과일이나, 샐러드와 같은 음식으로 바꾸어 나갔고, 이러한 생각을 가진 후로 택시를 타고 등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아침 공기를 쐬기 위해 30분 정도 일찍 나가 여유있게 집 주변을 산책하며 학교에 일찍 도착하였다. 카페를 여전히 자주 이용하는 나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나갔고, 가족들과 배달 음식을 이용하기 보다는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등 환경을 지키는 것에 동참하였다.
이러한 생활은 생각보다 나에게 큰 변화를 안겨주었다. 환경을 보호하며 살아가는 나 자신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을 뿐 아니라 건강하게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계속 안빠지던 체중까지 조금씩 빠져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아침에 일어날 때의 피로감이 확 줄어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며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자취하는 대학생이 된 나는 여전히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배달 음식을 줄이기 위해 요리를 시도해보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때에는 로컬푸드 매장을 이용한다. 공강인 금요일인 오늘은 정리해둔 헌 옷들과 안쓰는 학용품들을 챙겨 길 건너에 있는 물품기부 가게에 다녀오려 한다.
환경에 진심인,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알찬 하루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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