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입선] 지구를 위한 작은 약속, 업사이클링으로 피어나다 (진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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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쓰레기 줄이기 실천 이야기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뉴스 속 먼 이야기가 아니다. 봄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지며, 갑작스러운 폭우와 가뭄이 번갈아 온다. 나는 40대 주부로, 10살 딸아이와 남편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우리 가족의 하루하루 속에서, 우리는 작지만 의미 있는 친환경 실천을 시작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딸아이가 있었다.
“엄마, 이건 다시 쓸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은 딸아이가 다 쓴 요구르트 병을 버리려다 문득 내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됐다.
“엄마, 이건 다시 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당연하다는 듯 재활용통에 넣으려던 손을 멈췄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수많은 플라스틱 용기들. 딸아이는 그것들을 버리는 대신, ‘다시 쓰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업사이클링 영상을 찾아보더니, 어느새 플라스틱 병으로 연필꽂이를 만들고, 낡은 티셔츠를 재봉틀 없이 가방으로 변신시켰다. 마치 작은 업사이클링 전문가처럼.
제로 웨이스트 도전, 온 가족이 함께
딸아이의 실천에 자극받은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장을 볼 때는 꼭 천 가방을 챙기고, 가능한 포장이 없는 채소를 고르며, 비누·샴푸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번거롭기도 했지만, 딸아이는 그 과정을 놀이처럼 즐겼다. 집에 돌아와 물건 하나하나에 “이건 플라스틱 포장 대신 종이로 할 수 있겠네”, “이건 리필이 가능하겠지?”라며 관찰하고 기록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하루 쓰레기 봉지 하나 줄이기’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단을 짜고, 남은 반찬은 다음 날 도시락으로 활용했다. 남편은 회사에서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했고, 나는 시장에서 들었던 비닐을 모아 재사용했다. 놀랍게도 한 달 만에 쓰레기 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쓰레기 속에서 피어난 아이의 꿈
딸아이는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대신,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모은 우유 팩으로는 귀여운 미니 화분을 만들었고, 작은 플라스틱 뚜껑들은 자석 장난감으로 바뀌었다. 그런 아이의 활동은 결국 학교에서도 주목을 받게 되었고, 주변의 권유로 ‘오래오래 지속가능한 세상 영상 공모전’에 나가게 되었다. ‘빛바랜 물건에서 빛나는 물건으로’ 라는 주제로 업사이클링을 소개하였다.
처음엔 단순한 작품 제출 정도로 생각했지만, 딸아이는 작품 설명 영상까지 직접 만들며 얼마나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업사이클링은 그냥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버리던 것들을 다시 살려서, 지구를 도와주는 일이에요.”
아이의 진정성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공모전에서 청소년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시상 소식을 들은 날, 딸아이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하는 작은 실천이 지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기뻐요. 앞으로도 더 많은 것들을 다시 살려내고 싶어요.”
그 순간, 우리 가족 모두의 가슴에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는 단순히 환경을 배우는 것을 넘어, 행동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삶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다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은 일상 속에서 ‘한 번 더 생각하기’를 습관처럼 하게 되었다. 이것을 꼭 새로 사야 할까? 다시 쓸 수는 없을까?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남편은 택배 포장재를 모아 재사용하는 사내 캠페인을 제안했고, 나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엄마와 함께하는 업사이클링’을 열었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환경을 아끼자는 마음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함께 고민하는 가족이 되었다.
딸아이는 요즘 “나중에 환경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세상 모든 쓰레기를 멋진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그 말이 자랑스럽고, 또 든든하다. 아이가 보여준 변화는 우리 모두의 일상까지 바꾸었고, 앞으로도 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심어주었다.
함께 라서 가능했던 변화
우리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플라스틱 병 하나, 비닐봉지 하나, 일회용 컵 하나를 덜 쓰는 것. 하지만 그것이 모여 하나의 가족을 바꾸고, 한 아이의 꿈을 만들고, 하나의 지구를 살리는 희망이 되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 이상 ‘누가 해주겠지’라고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부터 해보자’는 마음은 더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계속 실천할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다시 쓰고,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갈 것이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조금 더 맑고 푸르게 만들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실천이 더 많은 가족들에게 전해져, 우리가 함께 바꾸는 지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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