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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입선] 아프리카에서 여름 나기 (노주안) 제3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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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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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를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무더운 더위와 햇빛이 비추는 여름을 에어컨을 단 하루도 사용하지 않고 지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아주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해봤습니다. 저는 북아프리카에 사는 한국인 청소년입니다. 제 가족은 늘 지구 기후와 환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엄마가 환경 분야를 대학에서 전공하셨고, 아빠도 결혼 뒤에 엄마의 영향을 받아 지구를 지키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셨습니다. 자주 뉴스에 나오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해 말씀하시고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집에서 작게나마 늘 노력하셨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여름이 되면 아프리카답게 제법 덥습니다. 해가 모든 것을 늘 뜨겁게 만들었고, 여름에는 이 더위가 생존에 문제까지 이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 해 정원이 딸린 조금 낡은 복층 집에 이사 가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보일러가 잘 안 돌아가긴 했지만, 두꺼운 파카를 하루종일 껴입고 잘 때는 작은 전기장판을 켜놓고 자며 겨울은 어찌어찌 잘 넘겼습니다. 그러다 여름이 찾아왔고, 그에 대비하기 위해 선풍기와 에어컨을 정비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선풍기는 별문제 없었지만, 집 안에 모든 에어컨이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더러웠고 작동도 잘 안 됐습니다. 집주인이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아빠가 웬만하면 대부분 고치셨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업체를 불러서 에어컨을 새 걸로 갈아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부모님이 고심 끝에 이번 여름에는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 분명했지만, 이왕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김에 지구를 살리기로 했습니다.



“에어컨 없이 여름 나기” 작전은 이러했습니다. 먼저 평소 생활할 때는 최대한 얇고 시원한 옷을 입고, 집에 있던 선풍기 바람을 최대한 가까이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더위를 피해 시원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은 집에 구조를 활용해 공기가 순환할 수 있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위층에서 테라스로 통하는 큰 문을 열고, 중간중간 창문을 열어놓고 바람이 잘 통하게 했습니다. 그 외에는 밤에 정원에 나가서 짧게 산책을 하거나, 찬물로 샤워를 하며 더위를 피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여름이 막 시작될 때까지는 매우 잘 통했습니다.



문제는 여름 중반으로 들어갈 때 발생했습니다. 하루종일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땅과 건물이 달구어졌고, 밤에도 그 열은 식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자 땅에 축적되었던 열은 위쪽으로 올라왔고, 모든 침실이 위쪽에 있었던 제 가족이 올라오는 열을 피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저와 제 동생은 평상시에 몸에 열이 적었고, 같이 쓰는 방은 큰 창문이 있어서 그나마 바람이 통했지만, 제 부모님과 막내 여동생이 같이 쓰는 방은 열 수 있는 창문이 없었습니다. 세 명이 가까이 누워서 선풍기 하나로 더운 밤을 보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빠는 더위를 해결할 방법을 간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막내와 아빠 모두 온몸에 열이 많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방법을 찾아야만 편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며칠 후, 아빠는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얻으셨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스팩을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아빠는 곧바로 냉동실에 아이스팩을 넣어 얼렸고, 밤에 그것을 꺼내 수건으로 감싼 뒤에 몸에 대고 주무셨습니다. 효과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아이스팩은 무더운 밤과 새벽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만큼 차가웠고, 그 결과 온 가족이 시원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침이 되면 사용한 아이스팩은 다시 냉동실에 넣어서 얼리고, 밤이 되면 다시 꺼내는 식으로 사용했습니다. 



8월이 끝날 무렵 마침내 가을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9월, 제 가족의 고장 난 에어컨으로 인해 시작된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 챌린지를 끝마쳤습니다. 무척 힘든 날들 이었고, 지금은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 수 있는 집에 와서 편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해 여름에 했던 일들이 조금이나마 환경을 지키는 행동이었다는 게 저는 좋습니다. 요즘은 석회수를 걸러내기 위해 정수기를 쓸 때마다 이상하게도 물이 많이 남는다는 것을 발견하신 아빠가 그 물을 모두 받아서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릴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금도 제 가족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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