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정말 기후위기에 영향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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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많이 언급되는 단골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비행기'일 것이다. 그것과 함께 단골로 따라오는 주제가 바로 ‘여행’이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로 여행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플뤼그스캄 Flygskam’이라는 말이 툰베리의 나라, 스웨덴에서 나왔다. 거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터지면서 플뤼그스캄이 아니더라도 국가 간 이동이 쉽지 않아지면서 비행기도 여행도 주춤해졌다. 그리고 여행의 규모도 반토막 이상 났다. 그렇다고 여행이 기후변화 원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팬데믹 상황이 풀린다면, 국제 유가가 떨어져 항공료가 싸지면 비행기 탑승도 여행도 함께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더욱 우리는 기후위기와 여행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사진. 제주공항> 거의 2분에 한대 씩 제주도를 오르내리는 비행기들. 저가항공의 확산으로 여행인구는 급증했다.
여행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저가항공이 확산되면서 여행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여행 시장이 거대해진 데 있다. 현재 전 세계 여행 시장은 2019년을 기준으로 약 1,655조 원에 달한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했는데, 호주 시드니대 경영대학원 연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행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약 8%로, 2009년 3.9기가 톤에서 2013년 4.5기가 톤으로 증가했다. 이는 원래 예측 증가치의 4배를 넘는 수치였다. 이는 우선 이동에서 발생하는데, 저가항공으로 높아진 비행기 이용 증가와 함께 자동차, 크루즈 등의 이용도 높아졌다. 만약 당신이 서울에서 오사카로 비행기로 왕복만으로 285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숙박도 만만치 않다. 유엔환경계획 조사에 따르면 호텔 1박당 2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여기에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호텔, 레저 시설, 도로 건설 등 관광 자원 개발을 위해 숲을 대규모로 개간하는 등 온실가스 흡수원 파괴 행위도 일어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 : 2019년 베니스의 아쿠아 알타 모습> 2019년 50년 만에 최고 수위를 기록한 베니스의 해수면 상승 (Source : Science)
여행이 기여한 기후변화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이를 위협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관광지인 베네치아는 자연현상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Aqua alta, 높은 물이란 의미) 현상이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80~110cm를 기준으로 삼는데 2019년 11월에는 187cm까지 해수면이 치솟아 산마르코 성장까지 침수되었다. 태평양의 하와이는 와이키키 해변의 모래 유실,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산호초 파괴 등이 일어나 그들의 관광자원을 잃고 있으며, 이는 몰디브, . 이런 일은 태평양에 위치한 섬들에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구의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있는 히말라야도 예외가 아니다. 2021년 히말라야 빙하 쓰나미 발생으로 200명이 사망하고 토층이 녹아 산사태가 빈번해지는 등 여행에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빙하가 녹기 전에 보자”며 북극 관광이 급증하는 등 기후위기로 사라질 풍경으로 여행을 가는 이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증가한 여행객은 다시 빙하를 더 빠르게 녹이는 등 기후변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사진 : 빙하쓰나미로 폐허가 된 히말라야 Kedarnath> 2013년 6월 이곳을 덮친 빙하쓰나미로 6천 명 정도가 사망했다.
만약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여행 자체가 사라질 수 있을 만큼 인간이 적응해 왔던 지구 환경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그래서 정말로 우리가 여행을 지속하고 싶다면 이제는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함은 명확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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