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나타난 오징어 3.3배 높은 동해의 바다 표층수온 상승이 가져온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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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PxHere)
오징어볶음, 오징어덮밥, 오징어 튀김, 오징어순대, 오징어국, 오징어찜, 말린 오징어, 오징어회 등등 오징어로 만든 요리 종류를 다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오징어는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식재료입니다. 기후가 이 난리를 치기 전까지 동해 겨울은 오징어잡이 배가 밤새 바다를 밝혔고, 동해항에는 갓 잡은 오징어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죠.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요? 1970년대만 해도 4만 3천 톤에 육박하게 잡히던 오징어가 1990년대에는 반토막 나더니, 급기야 2024년에는 2만 3343톤으로 70년대의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오징어는 '금징어'가 되었습니다.
(출처 : 현대해양 강원도 글로벌본부 ‘수산기본통계’)
차가운 수온에 살던 명태처럼 오징어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오징어가 원래 살던 동해 수심 50미터의 평균 수온 12~18도와 표층수온 15~23도는 전 세계 다른 바다들보다도 급격하게 상승해, 2023년에는 평균 표층수온이 25.8도에 도달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표층 수온 상승 온도는 1.36도로 전 지구 평균의 2.5배에 달합니다. 동해만 따지면 더 높아, 1.82도로 3.3배 이상 올랐습니다. 상대적으로 기온에 둔감한 우리도 열대야가 하루만 더 이어져도 힘든데, 기온에 민감한 야생동물 입장에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오징어들이 대거 이주했습니다.
최근 북극을 연구하는 우리나라 아라온 호가 북위 77도에서 오징어를 잡아왔습니다. 해저에서 헤엄치는 성체인 오징어는 물론 그곳에서 부화한 오징어의 어린 개체들까지 발견했습니다. 북극 심해에서 오징어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유생이 잡힌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 군요. 얼마나 더웠으면 그곳으로 갔을까요?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북극에서 촬영한 오징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 출처: 극지연구소)
대기 중에 이미 뿜어져 나온 온실가스가 회수되지 않는 한 지구의 평균 기온은 계속 높아질 테니, 이제 정말 동해에 사는 오징어들과는 이별을 고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동해에서 오징어를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는 ‘~카더라’는, 사진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옛이야기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동해의 살아있는 풍경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한 켠이 허전해 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온실가스 흡입기가 되어, 평온했던 지구 생태계로 돌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개인은 물론 기업과 정부, 모두의 노력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서 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좋아하는 것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게 하는 쓰라린 과정이 아닐까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오래 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오징어가 북극으로 가면 원래 북극에 살던 북극곰, 일각고래, 벨루가, 크릴새우 등의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 상상하기 싫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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