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생각하는 이기적인 장보기 지갑도 지키고 지구도 지키는 절약의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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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대로 장보기가 쉽지 않다
여러분은 장 볼 때 뭘 살지 어떻게 정하나요? 집에 뭐가 남아있는지, 그걸 어떻게 해 먹을 지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하기도 하겠지만, 대개 ‘오늘은 순두부가 먹고 싶어!’처럼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고, 집에 뭐가 있는지, 그래서 뭐가 있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해 살 것을 정하죠. ‘집에 양파가 있었나? 있었어. 파는 있었나? 없었던 것 같애.’ 이렇게 머릿속의 계획으로 장보고 돌아오면, ‘어? 파가 있었네.’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생각해보고 필요한 것들을 머리에 떠올린 후에 시장이나 마트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대개 눈으로 직접 집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 것이 아니라 머리 속에 들어가 있는 냉장고의 상황이죠.
그 뿐인가요? 어떤 식으로든 계획을 세웠다 해도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1+1, 사은품, 신상품, 시식 등 온갖 것들이 머릿속 계획들을 바꿔 놓습니다. 계획과 달리 어느새 계획에 없던 것들이 장바구니에 들어가게 되죠. 카트를 끌고 골라놓은 물건들을 계산대에 올려놓은 순간,우리는 깨닫습니다. 오늘도 마트의 게획에 휩쓸렸구나…
그런데 우리 자신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사실 그렇게 유혹하기 위해 기업들의 마케터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설계를 해 놓았으니까요. 원래 떡국 재료만 사러갔다가 일주일 치 잔치상을 차릴 만큼 쇼핑해 오는 일이 부지기수죠. 저도 그랬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눈 뜨고도 당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물론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바질은 바로 실천할 수 있으면서, 효과적인 방법을 제안해 보려 합니다. 유혹을 물리치는 것에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 우리로서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유혹에 빠지기 어렵도록 고삐를 씌우자는 것입니다. 바로 계획하기와 예산 한정하기를 통해서 말입니다. 두 가지 중 하나를 해도 좋지만, 동시에 쓰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계획을 통해 필요한 범위를 한정하고 예산으로 소비 범위를 한정하는 거죠.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알아볼까요?
계획하기, 단 사전 파악할 것
계획하기는 말 그래도 무엇을 살 지 계획하고 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생각한 계획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반드시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냉장고에 지금 남아있는 것들은 뭐가 있는지, 화장실에 필요한 것은 뭐가 있는지 등 눈으로 직접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머릿속에 현재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집에 라면을 사둬서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동생이 모두 먹어버려 하나도 없을 수 있지요. 또, 있더라도 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요. 이런 상황들을 파악하지 않은 채 뭘 살 지 계획을 세워 물건을 사게 되면 ‘아, 집에 두부가 있었네.’와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실제 많이 겪는 일이죠. 그런데 실제 상황에 근거해 계획을 세우면 그럴 일이 없죠. 그래서 계획을 세울 때는 직접 집에 물건이 있는 상황을 살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이미 두부가 많이 있는데 또 사오는 바람에 그걸 다 먹느라 곤란할 일이 없어지는 거죠. 혹은 먹지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산 한정하기
장보기 전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분이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계획을 세워도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계획대로 사는 것을 더 강하게 몰아 붙이기 위해 처음부터 쓸 돈을 계획한 만큼만 가져가는 겁니다. 돈을 제한하는 방법은 물리적이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신용카드는 사절입니다. 대신 체크카드에 예산만큼만 돈을 넣어가거나, 예산만큼의 현금만 가져가는 겁니다. 한 마디로 물리적으로 돈을 더 쓸 수 없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만약 신용카드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장보기용 신용카드를 별도로 두고, 이용한도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한 달 기준의 예산이 되겠죠. 이렇게 하면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계획적으로 돈을 쓰게 하여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정말 사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계획했던 물건과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거나, 구매를 미루거나 구매량을 줄여 추가로 구매하려는 물건의 예산을 확보하려 노력하게 될 겁니다. 그 과정에서 계획했던 것이라도 불필요했던 것은 없는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왜 절약하는 장보기는 지구에 도움 되는가?
'계획하기'와 '예산 한정하기'를 통해 일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필요한 소비만 하도록 하여, 비용 낭비를 줄인다는 점이다. 즉,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나의 안위를 생각하는 이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를 줄임으로써 생산,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쓰레기 발생을 줄여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게 되는데 이 또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장보기의 주 대상인 먹거리만 보더라도, 버리는 음식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음식쓰레기는 <플랜 드로다운>라는 책에서 지적하듯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3위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탄소 배출과 관련되는 많은 것이 음식쓰레기와 관계됩니다. 농경지 혹은 목축지의 사용과 그에 따른 산림 개간, 석유화학 기반의 비료, 농약 사용과 그에 따른 토양 황폐화에 따른 토양 탄소 흡수 능력 저하, 식량 유통과 가공는 물론 폐기 시 발생하는 메탄 가스 등 다양한 문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계획적으로 장을 보게 되면 있는 것들을 최대한 버리지 않고 활용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버리는 것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하게 되는 것압나다.
지구를 구하는 이기적인 행동, 절약
우리는 돈을 모으려면 절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진리처럼 듣습니다. 절약은 파괴에 기반해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하고 헛되이 쓰이거나 버려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부를 쌓는 방법입니다. 절약은 더 잘 살기 위해 하는 이기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구를 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장을 볼 때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절약이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필요보다 많이 사고 싶을 때 생각하는 겁니다. 마트는 우리집 창고 같은 곳이니, 필요할 때 돈 주고 꺼내쓰자라고요. 그것이 우리의 소비를 절제시키고 절약하게 만드는, 기후위기 시대의 소비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너무 계획적이면 장보기가 야박하게 느껴질 수는 있으니, 군것질할 용돈 정도는 조금 챙겨가는 것도 좋겠네요.
그럼 이제 소리내서 기억 속에 넣어볼까요?
계획한다. 예산을 제한한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지갑도 지키고 지구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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