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인 듯 새것 아닌 Feat. 행복을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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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신발이 아주 예뻐서 구매했다며 택배를 보내왔다. 여자아이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탐낼 ‘그’ 신발 브랜드였다. 상표도 뜯지 않은 새 신발이었는데, 중고시장에서 산 것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 예전, 지인의 중고 거래 경험을 듣고서 나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나랑은 맞지 않는다며 오로지 새것을 고수하고 있었다. 아니, 귀찮지 않으려고 새것을 찾았다는 게 맞겠다. 그런데 훨씬 저렴하게 최신 상품이나 새 상품을 구할 수 있다면 이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매력적인 중고 시장을 포기하라고?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먼저 중고 물품 판매에 도전해 봤다. 내게는 쓸모를 다하였지만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물건이 많았다. 장난감, 유모차 등을 내놓았는데, 인기가 좋았다. 이제는 구매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구매한 킥보드는 대형 폐기물로 내어놓아야 할 만큼 정말 끔찍한 거래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지만, 경험을 통해 노하우가 쌓이면서 득템의 맛을 알아가게 되었다. ‘무료 나눔’이 있어서 가끔은 물물교환하는 재미난 상황도 생겼다. 재거래가 발생하기도 했고 내가 덤으로 더 주기도 하면서 훈훈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당일 현장거래가 가능하기도 해서, 아주 급하게 물건을 구할 때나 포장 쓰레기가 부담스러운 택배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한동안은 거래 일정을 관리하기도 했다.
거래 횟수가 쌓여가면서 새 물건에 집착한 것에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폐기물로 전락했을지도 모를 물건에 새 주인을 찾아주고 새 생명을 넣어주었다.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에 자연스러워지니 물건을 더욱 깨끗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지난날 얼마나 수도 없이 파괴적인 행동을 했었던가 싶다. 당사자들의 필요로 구매가 성사되다 보니 적어도 충동구매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도 일반적인 쇼핑과 비교하면 분명 다른 점이었다. 능동적으로 자원 선순환이 이루어졌고 동네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탄소 발생도 줄였다. 기후변화에의 대응책으로 어디 이만한 게 있을까? 마다할 이유가 없다.
Write by 김채은
From BASIL v13. 일상생활
- 이전글소소익선 2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