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기 1970년대 민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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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마당에 뛰어들어가면 할아버지께서 소죽을 끓이고 계신다. 집 뒤로 돌아가야 있는 화장실이 무서워 낮에도 요강을 이용한다.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미끄럼틀 삼아 놀고 여름이면 정자 아래 개울에서 수영하고 가을이면 낫을 들고 벼 베기를 경쟁하며 누가 많은 양을 해내는지 시합을 하기도 한다.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울창한 숲에서 도토리를 줍곤 했는데, 그러다 발견한 장수벌레는 멋진 놀잇거리다. 애꿎은 시합을 붙여 한참을 놀다 보면 해는 어느새 서산으로 지고 있다. 시골 해는 유난히 빨리지는 것 같다. 서둘러 땔감으로 쓸 나뭇가지들을 주워 집으로 돌아간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게 신기해서 부엌에 들어갔다가 매운 연기에 눈물 콧물에 기침까지 한바탕 쏟아내며 뛰어나오지만, 땔감 넣기를 성공했을 때의 그 짜릿함과 뜨끈한 아궁이 기운이 좋아 매번 들어가 본다. 시골 할머니 집의 풍경이다.
산림청 식수 행사(197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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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가정 연료의 전부였던 시절, 먹고 살기가 힘들어 나무를 베어다가 얻은 밀가루로 식사를 연명하던 시절,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던 과도한 나무 베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민둥산이었다고 한다. 식목일을 정하고 나무 심기를 권장했지만,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다 뽑아 식량으로 바꾸기 바빴던 시절이었단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 낙엽뿐만 아니라 어린나무까지 다 뽑아가는 통에 한때 UN에서는 우리나라가 사막화되었다고 보고하기까지 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국제사회는 1.5℃ 상한선을 정했고 이를 위해 최소한 45%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학자들은 숲이 해결방안이라고 한다. 지구평균 상승온도 0.74℃를 넘었고 한반도는 평균 1.5℃가 상승했다. 숲을 통해 탄소 제로를 실천해야 지구 대기 온도 상승을 늦추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개발을 하는 통에 깎여져 가는 산, 나무들을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나무 심기로 탄소제로를 향해 가야 하는데 역행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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