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 물티슈를 사랑했던 깔끔쟁이의 환경을 위한 180도 변화 (한아름) > 지구생활수기공모(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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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장려] 물티슈를 사랑했던 깔끔쟁이의 환경을 위한 180도 변화 (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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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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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히 말하는 깔끔쟁이다. 내 몸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고, 내가 맨발로 걷는 집이 더러워지는 걸 싫어하며, 잠자는 침구가 더러워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런 내게 물티슈는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느낌이었다. 잘 찢어지지 않고, 적당한 수분감으로 오염물질을 닦기 좋으며, 쓰고 나면 휴지통에 버리면 되니 깔끔하면서도 편안한 물건이었다. 이러한 물티슈의 애착은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면서 더욱 심해지게 됐다. 아이의 입에 뭐가 묻으면 물티슈로 바로 닦아냈고, 바닥에 흘리면 물티슈로 닦았다. 심지어 아이 피부에 닿는 만큼 더 좋은 물티슈를 찾았으며, 아이에게 쓰는 물티슈, 청소용 물티슈, 그리고 기저귀 등을 교체할 때 쓰는 건티슈까지 용도별로 구매를 해놓고 쓰게 됐다. 또 집에서 쓰는 물티슈는 너무 크고 무거우니 휴대용 물티슈도 별도로 구비를 해놓고 썼다. 대청소할 때면 바닥을 물티슈로 일일이 닦아내며 심한 경우 한 번의 청소에 물티슈 한 팩을 다 사용했다. 내가 이렇게 사용한 물건이 비단 물티슈뿐이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비닐로 물건을 두 겹 세 겹 포장하고, 옷은 유행 따라 저렴한 옷을 구매해서 한 계절 입고 버렸다. 또 아이에겐 저렴한 플라스틱 장난감을 사줬고, 대형마트의 잘 되어있는 포장 물건을 선호했다. 이토록 나는 환경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오로지 내 몸이 편안하고 내 공간이 깨끗한 것이 중요했을 뿐이었다.

이런 내가 180도쯤은 생각의 변화를 겪게 된 것은 하나의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됐다.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는데, 평생 사라지지 않고 더 작게 분해만 이뤄진다는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내용은 충격이라는 말로도 다 못 담을 만큼 충격이었다. 한 번도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떠한 과정을 보내게 될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내게 오랜 여운을 남기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죄책감을 한 번에 안겨주었다. 바로 내 눈앞에 서 있는 작은 우리 딸은 세상의 즐거움을 다 느껴보지도 못한 채 지구의 멸망을 보게 되는 세대가 아닐까 싶었다. 아니 이대로 가다간 내가 멸망을 보는 세대가 될 것 같았다.

그때부터 소비에 주저가 됐다. 오랫동안 해오던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긴 어려웠기에 한꺼번에 바꿀 순 없었지만, 먼저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했던 물티슈부터 없앴다. 물론, 이미 구매했던 것까지는 사용했다. 다만, 전처럼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고 오염이 심한 상황에서만 사용했다. 이와 동시에 행주를 들였다. 관리가 어려울 거고 손빨래에 대한 부담이 있어 쓰지 않던 행주를 들였다. 근데 생각보다 관리가 어렵진 않았다. 빨면 빨수록 하얗게 되는 소창을 들여 처음 길들이기에만 집중하고 이후엔 가끔 삶아주는 정도로 사용했는데 관리가 잘 되는 걸 보니 놀랍기도 했다. 그렇게 물티슈도 건티슈도 우리 집에 더는 배달이 되지 않았다. 식탁과 부엌엔 행주를 사용하고 바닥은 전용 걸레를 만들어 사용했다. 아이는 손수건으로 입과 얼굴을 닦았으며, 아이의 소변 정도는 오래된 손수건을 따로 사용하게 됐다. 휴지가 있는데 굳이 손수건으로 뒤처리까지 하나 싶겠지만, 종이를 만드는데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이 든다는 걸 알게 된 후 휴지도 차마 함부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내가 오래 실천이 가능한 선에서 바꿨다. 직접 알아보고 찾아보면서 하나 둘 씩 집안 환경을 바꿨다. 천연 수세미를 들이고, 비닐 랩 대신 실리콘 덮개를 사용하며, 실리콘 팩에 채소 등을 담고 바디워시 대신 비누를, 샴푸 대신 샴푸 바를 들였다. 카페에 갈 때면 텀블러와 빨대를 필수로 챙기며, 손수건도 함께 챙겼다. 밖에서 음식을 포장을 해올 때면 그에 맞는 용기를 찾아 담아오는, 용기 내는 활동도 실천했다. 어려운 줄 알았던 모든 행동이 생각보다 수월하고 그다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의 작은 관심만 있으면 가능했다. 하지만 환경을 위하는 마음으로 사게 되는 물건에 대한 소비가 많아지는 것에 부담이 느껴졌으며, 저렴한 물건에 비해 비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문제를 겪게 됐다. 환경을 위해 하는 행동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내겐 세 가지의 원칙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첫 번째, 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지킬 순 없다. 전기를 아낀다며 어두운 환경에 눈이 그대로 노출되면 시력엔 악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이러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없는 공간은 반드시 불을 끄고, 다소 귀찮더라도 코드를 잘 뽑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두 번째는 환경을 위한 소비에 다른 환경 오염이 있진 않은 지 확인한다. 요즘 에코백이 에코가 아니라는 말이 많다. 무분별하게 만들어 본래의 의도를 해치게 된 사례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지금 내가 사는 이 물건으로 다른 환경 오염이 많아지지는 않을까 생각하고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는 없다. 계속 더 한 걸음 나아지는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고자 노력한다. 내가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행동인지를 살펴보며, 또 가계의 부담을 주지 않는 선인지도 살펴보며 실천할 수 있는 것만 진행하고 있다. 나는 지구에 사는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이 전에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집안의 구성원이기에 비용이나 내 가치관만으로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한 개인의 노력만으론 절대 환경 오염을 해결할 수 없다. 그건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것이기에 오늘도 난 플라스틱 소비 뿐만 아니라 물과 전기를 아끼고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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