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함, 맑음 봄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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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4-06-19본문
청명이다. 맑고 밝은 하늘의 환함이 가득한 봄이다. 우리 가슴을 설레게, 서둘려 폈던 꽃들은 이제 초록 잎을 앞다투어
내밀고 여름을 맞고 있는 듯하다. 그 뒤를 이어 봄을 알리는 모과꽃이며 철쭉이며 여러 꽃이 봄을 수놓고
있다. 봄이 환해지는 것은 해가 길어졌기 때문일 테고, 그
덕에 해를 머금은 아름다운 꽃들이 세상을 다채롭게 수놓기 때문일 것이다. 봄이면 프리지어로 집안을 꾸민다는
이야기에 오늘은 나도 주머니를 열어 프리지어 한 단으로 우리 집도 봄기운으로 화사하고 밝고 맑게 꾸미고 싶어졌다.
아니 그보다 앞서 우리 집 화분들 봄 단장을 해야겠다.
바질 1편 때 미세먼지가 한창이었고, 그 바람을 타고 수염 틸란드시아가 인기였다. 그래서 우린 오픈 선물로 틸란드시아를 준비했었다. 화원에서 직접 구해왔는데 틸란드시아 잎의 굵기나 크기도 다를 수 있음을 알려준, 싱싱한 친구였다. 바질 차원에서도 기념 삼아 여유롭게 더 구입했다. 지금 그 친구들이 우리집에서 자라고 있다. 커튼처럼 시원한 느낌을 주는데다 창문을 열어두어도 왠지 모를 안식이 된다. 5년을 길렀더니 초등 저학년 키보다 더 길어져서 커튼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모든 미세먼지도 황사도 막아줄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진다.
본디 청명에는 논농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한다고 한다. 이제부터 농촌은 일손을 필요로 하고 바빠진다. 나는 식목일과 겹치기도 하는 청명을 전후로 화분 새 단장을 위해 갖가지 준비를 한다. 식목일을 기념하는 뜻이기도 하고 하늘이 푸르름과 함께 따스한 햇살의 에너지를 머금고 식물들이 무럭무럭 건강히 자라기를 기대한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화분에서 살살 꺼내어 뿌리를 다듬고 흙을 채워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집 가장 대장 화분인 고무나무는 옆구리가 살짝 깨져서, 올해는 새 화분을 들여야 했다. 이사 가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그랬다. 사실 우리 집에서는 화분에 물을 준 날이면, 과한 물을 싫어하는 지렁이가 화분에서 탈출하는 일이 종종 있다. 분갈이는 2년에 한 번이면 된다는 화원 아주머니의 말씀에 따라 작년은 걸렀다. 그러니 이번에는 저 큰 화분에서 나무를 꺼내면 지렁이님이 몇 마리나 나와주시려나, 올해는 얼마나 큰 지렁이가 나오시려나 궁금증부터 생겼다. 올해는 뿌리가 수염처럼 자라 한데 엉겨있을 것을 생각하니 내 속도 답답하고 점점 줄어드는 흙과, 여실히 드러나는 작은 돌조각을 보고 있자면 “애들아, 어서 이사 가자”라고 연발하게 되었다. 엄마가 넘겨주신 이레카 야자류의 나무는 좀 더 큰 집으로 옮겨주어야 할 것 같고, 내 사랑 스파티필룸은 두 개의 화분으로 나눠볼까 한다. 컬러 벤저민은 지난겨울, 한차례 병치레를 하면서 가지치기를 시원하게 했더니 이제 좀 풍성해지고 있는 터라 뿌리 정리만 하면 될 것 같다.
불현듯 수해 전부터 우리의 관심에서 아니, 우리의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미세먼지가 생각이 난다. 요즘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코로나 이전보다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챙기는 날도 분명 줄어들었고, 창문을 열어두는 것이 두려운 날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며칠 전 서울에서는, 봄이면 늘 찾아오는 황사 탓에 내려지는 미세먼지 경보가 올해 처음으로 내려졌다 하니 미세먼지 성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 공회전 줄이기, 나무 심기, 재생지 사용, 종이 아끼기 등등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작든 크든, 다양한 방법이 우리 일상에 많이 녹아 있다. 더는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나의 환경을 수호하기 위해 누구든 무엇인가를 하고 있음이 좋다! 맑은 하늘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