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할, 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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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글탱글한 굴을 한 통 집어 들었다. 500g은 적지 않은 양이지만, 평소 뭐든 잘 먹는 식구가 넷이나 있어서 모자랄까 싶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한 그릇 가득 담긴 굴을 비우기가 힘들었다. 누구는 날 것과 친하지 않았고, 누구는 비린 것과 친하지 않았다. 굴이 아주 반갑지만은 않았다. 굴… 십수 년 만에 먹는 생굴이었다.
여느 새해와 달리 이번 새해는 조금 특별하게 맞았다. 1월 1일 눈을 뜨자마자 속쓰림을 달래려고 약부터 찾았다. 체증이라 생각하기에는 증상이 심상치 않았다. 결국, 열이 오르고 몸살까지 앓았다.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틀 전 먹은 굴이 문제였다. 체력이 가장 좋은 식구는 다양한 증상을 호소했지만, 정상적으로 일상을 소화해 냈다. 해산물이 친하지 않았던 식구는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굴을 내보내는 것으로 정리했다. 비린 것 때문에 조금 먹었음에도날것과 친하지 않았던 식구는 가장 오래도록 고생했다. 우리의 모든 증상은 노로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지난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이기도 했지만, 매서운 찬바람과 영하의 기온으로 오랜만에 겨울 다웠다. 기온이 20도 가까이 떨어지더니 낮에도 영상을 겨우 웃돌았다. 추위에 적응할 새가 없어서 몹시 힘들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기차의 창문이 파손되었고, 기차는 며칠 동안 제 속도로 운행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그 겨울다움도 일주일 정도로 끝이 났다. 바람이 불면 목도리 정도만 챙기면 되었다. 바람이 없는 날은 겨울 햇살에 등줄기를 따라 땀이 맺혔다. 패딩은 입었지만, 반소매 차림도 거뜬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얼음을 아직 보지 못했다. 어쩌면 영하가 지속했던 날씨의 굴이 아니었으니 나를, 식구들을 괴롭혔구나, 싶었다.
어제는 작은 추위를 만나는 날, 소한(小寒)이었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대한보다 더 추운 소한이라… 추위를 참 싫어하지만, 겨울을 느끼러 나가고 싶었다. 아이들은 겨울의 추위를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을까? 찬 바람에 코끝이 시렸지만, 겁먹을 날씨는 아니었다. 아이들과 찾은 눈썰매장에서는 영상의 기온으로 눈이 녹아 눈 상태가 좋지 않으니 참고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가장 추워야 할 소한에 눈이 녹았음을 걱정하는 눈썰매장이라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많은 생각 중의 하나, 영하의 겨울은 과연 몇 일이나 될까? 걱정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늘어섰다. 김장에 들어간 생굴은 먹어도 안전한 걸까?
글 : 김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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