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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지구생활기

따뜻할, 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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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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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글탱글한 굴을 한 통 집어 들었다. 500g은 적지 않은 양이지만평소 뭐든 잘 먹는 식구가 넷이나 있어서 모자랄까 싶었다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한 그릇 가득 담긴 굴을 비우기가 힘들었다누구는 날 것과 친하지 않았고누구는 비린 것과 친하지 않았다굴이 아주 반갑지만은 않았다… 십수 년 만에 먹는 생굴이었다.

 

여느 새해와 달리 이번 새해는 조금 특별하게 맞았다. 1월 1일 눈을 뜨자마자 속쓰림을 달래려고 약부터 찾았다체증이라 생각하기에는 증상이 심상치 않았다결국열이 오르고 몸살까지 앓았다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이틀 전 먹은 굴이 문제였다체력이 가장 좋은 식구는 다양한 증상을 호소했지만정상적으로 일상을 소화해 냈다해산물이 친하지 않았던 식구는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굴을 내보내는 것으로 정리했다비린 것 때문에 조금 먹었음에도날것과 친하지 않았던 식구는 가장 오래도록 고생했다우리의 모든 증상은 노로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지난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이기도 했지만매서운 찬바람과 영하의 기온으로 오랜만에 겨울 다웠다기온이 20도 가까이 떨어지더니 낮에도 영상을 겨우 웃돌았다추위에 적응할 새가 없어서 몹시 힘들었다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기차의 창문이 파손되었고기차는 며칠 동안 제 속도로 운행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접했다그러나 그 겨울다움도 일주일 정도로 끝이 났다바람이 불면 목도리 정도만 챙기면 되었다바람이 없는 날은 겨울 햇살에 등줄기를 따라 땀이 맺혔다패딩은 입었지만반소매 차림도 거뜬했다그러고 보니 올해는 얼음을 아직 보지 못했다어쩌면 영하가 지속했던 날씨의 굴이 아니었으니 나를식구들을 괴롭혔구나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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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작은 추위를 만나는 날소한(小寒)이었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대한보다 더 추운 소한이라… 추위를 참 싫어하지만겨울을 느끼러 나가고 싶었다아이들은 겨울의 추위를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을까찬 바람에 코끝이 시렸지만겁먹을 날씨는 아니었다아이들과 찾은 눈썰매장에서는 영상의 기온으로 눈이 녹아 눈 상태가 좋지 않으니 참고하라는 안내를 받았다가장 추워야 할 소한에 눈이 녹았음을 걱정하는 눈썰매장이라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많은 생각 중의 하나영하의 겨울은 과연 몇 일이나 될까걱정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늘어섰다김장에 들어간 생굴은 먹어도 안전한 걸까?


글 : 김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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