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寒을 보내며 > 구구절절 지구생활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뒤로가기 구구절절 지구생활기

大寒을 보내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4-02-02

본문

새해가 밝았다. 늘어난 체중보다 떨어진 체력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느낀 작년이었다. 그러니 올해의 다짐으로 반드시 챙겨야 할 사항이다. 나는 무얼 하면 좋을까?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의 하얀 친구들이 오늘도 아침 활동을 하고 있음에 모닝 인사를 나누고 싶어졌다. 산책이든 자전거든 뭐든 해야겠다 싶었다. 알람이 7시를 알렸다. 알람보다, 시각보다, 날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120일이라고?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흘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믿을 수 없었다. 더 끔찍(?)한 것은 24절기 두 번째 글, <대한(大寒)>이 나와야 하는 날이었다. 더 이상 안 되었다. 달력을 보지 않고 살진 않았을 터인데 날짜를 인지한 순간이었다. 


33f02cfc7fce53840c665e9e7bad29d1_1708506472_6055.jpg 

 



서둘러 나갔다. 나오니 상쾌했다. 아침 서리를 밟고 걷는 기분이 꽤 맘에 들었다. 저녁 운동보다는 아침 운동이 하루 에너지를 태우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오길 잘했다! 사실 운동은 핑계에 가까웠다. 운동보다 나는 강변 친구가 더 보고 싶었다. 10여 분 사이에 친구들이 사라졌나? 멀리 갔나? 두 눈을 더 크게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운동할 생각이 없는 나를 알아보았나 보다. 내가 집에서 내려다본 그 위치에서 상당히 위로 올라가 있었다. 나의 하얀 친구는 낙동강 개발로 뿔뿔이 흩어진 무리 가운데 하나다. 바로 고니다. 난생처음으로 고니가 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 와우, 저렇게나 고귀한 자태였다니! 발레극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백조, 女주인공)의 팔이 그렇게나 부드럽고 우아하게 펄럭일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 운동 앱을 열어두었더니운동을 잠시 멈춥니다라고 알림이 수시로 나왔다. 그래도 이렇게 너희 덕분에 나의 바깥 운동을 시작했고, 상쾌한 공기를 마셨다. 멋지게 반겨주고 근사하게 축하해주어 연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앞쪽으로 보이는 고니만 보고 쫓아갔는데, 돌아가는 길에도 나의 하얀 친구가 어느새 와 있었다. 올해는 다른 친구들 무리를 데리고 다시 찾아왔다. 한데 뒤섞여 아침 식사가 한창이었다. 얼마나 맛있을까? 이 보금자리가 얼마나 포근할까?

 

내가 거닐고 철새들이 노니는 이곳은 원래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파크골프장 한쪽으로 잔디밭이 있어서 맨발로 뛰어놀고, 줄넘기도 마음껏 하고, 어설픈 공놀이를 했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도 폭신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공지도 없이 우리의 놀이터가 사라졌다. 사방이 철제 담장으로 둘러싸인 파크골프장이 되었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나의 발걸음은 쉽사리 닿지 않았고 나의 마음은 늘 무거웠다. 이 상실감을 달래준 건 철새들이었다. 버려둔 자연이 자연 정화되어 오염된 옷을 벗었고, 그대로 그러한 자연 상태를 회복하니 자연이 스스로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준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겨울에는 올해도 나 역시 강변으로 돌아왔다.

 

대한임에도 강물에는 얼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소한에도 보였던 얼다 만 얼음조각조차 보이지 않았다. 철새들이 와 있으니 겨울이다 싶지만, 소싯적 겨울에 비하면, 나의 옷 상태만 보아도 겨울 복장은 아니었다. 10년을 꼬박 입은 잠바를 보내고 점퍼 하나를 사러 갔더니 중량 패딩이라는 품목이 있었다. 극한의 한파는 더 이상 오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렇다. 얼음이 언 소한에는 바람이 매서울 뿐이었지 눈썰매장의 눈이 녹아 상태가 안 좋다고 했다. 소한보다 추운 대한은 없다고 했으니, 대한에 얼음을 기대한 것 자체가 과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2030년 지구의 터닝 포인트 1.5도에 경고가 울렸다. 지구 온도가 1.45도까지 상승하였다 했다. 수개월째 지속중인 엘니뇨현상*이 올해의 지구 온도를 1.5도로 충분히 올릴 거라는 뉴스였다. 얼지 않은 한겨울의 강물을 보고 있자니 나와 하얀 친구는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분명 작년엔 앞으로 몇 년을 더 볼 수 있을까?’였는데 말이다. 내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 ! 내 마음을 때리는 소리 같았다. 편치 않은 마음을 달래는 것이 놀이터를 잃은 상실감보다 참으로 더 쉽지 않았다. 

글 김채은

 

*엘니뇨 현상이란?

- 적도에서 부는 바람(무역풍)은 남아메리카의 따뜻한 바닷물을 태평양의 서쪽으로 옮기는데, 그 결과로 남아메리카 앞바다의 아래쪽 차가운 물이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위로 올라온다. 그러나 무역풍이 약화하면 남미 연안에서는 바다 밑에서 올라오던 차가운 물이 상승하지 못하고,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유지하는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강수량과 기온에 변화를 일으켜 기상이변의 원인이 되며, 태평양 연안 지역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지구 이상기온으로 엘니뇨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데,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온도가 증가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와 반대되는 현상으로 라니냐가 있으며, 바닷물이 차가워진다. 호주의 고온, 인도의 폭우 등 기상이변 원인이 된다.

 

 
BASIL@2019 Willden Corp.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