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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지구생활기

봄에 만난 팔방미인 다홍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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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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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입춘이다. 봄이 시작된다는데 여전히 추웠다. 하지만 오늘은 어제까지와는 다르게 봄이 바로 코앞에 온 듯했다.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이젠 겨우내 입었던 롱패딩을 넣어야 하나보다 싶었다. 초록. 봄 하면 떠오른다. 여름의 풍성한 그것 말고, 분명 여린 초록이 떠오른다. 봄이 만개하였을 때는 알록달록 화려한 꽃이 생각나지만 나는 우선 어린 새싹,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여리고 여린 새순이 떠오른다. 어릴 적 우리집엔 새순이 늘 있었다. 엄마의 미니 텃밭에서 고구마 몸통이나 무의 밑동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신기했던 것은 밑동을 한데 묶어 물에 담궈 싹을 틔운 미나리였다. 신기하게도 싹은 계속 올라왔다. 뿌리가 붙어있어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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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장만해 주시는 미나리는 아랫단이 붉은 빛을 띄는 것이었다. 미나리를 뿌리부터 줄기, 잎까지 한입에 먹어야 전체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그러려면 돌돌 말아야 하는데, 굵은 뿌리 쪽이 단단해서 미나리 대가 톡 하고 부러진다. 그 소리만큼 아삭함도 남다르다. 이 맛은 뿌리 쪽이 통통하고 밑단이 빨개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짧고 굵은 미나리와는 생김새가 다른, 늘씬한 초록의 미나리도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눈이 먼저 먹는 것이 음식이다. 그래서 나는 빠알간 미나리가 좋다! 속이 꽉 차고 통통한 만큼 향이 진하다. 붉은 색깔이 눈의 맛을 자극했다면, 아사삭 소리는 귀로 느끼는 맛을 더한다. 미나리의 쌉쌀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미각을 자극한다. 침이 절로 나온다.  쌉쌀해야 미나리이고, 쌉쌀하게 먹어야 채소를 먹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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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겨우내 섭취가 부족했던 비타민을 채우기 위해 햇나물을 먹고 춘곤증을 달랜다고 한다. 비타민은 환절기 감기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한 나물에 속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미나리이다. 겨울을 지나고 봄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그간의 부족한 비타민을 채우기에 미나리만 한 채소가 없다고 생각한다. 생채든 숙채든 어떤 요리가 되더라도 초장이나 된장, 소금 등 간을 유난스레 따지지 않고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취향에 따라 고추장에도 푹 찍어 먹었다. 국도 끓이고, 볶음 요리도 한다. 비타민이 몰려 있음에도 인기가 없는 이파리는 전으로 구워 먹으면 버릴 것도 없다. 쌉쌀해서 먹기 힘들다면 향이나 쌉쌀함이 비교적 약해 먹는 부담이 적은 초록 미나리를 추천한다. 고기와 친하다면 생으로 곁들이거나 쌈으로 먹어도, 한데 같이 구워 먹어도 좋다. 느끼함을 잡아줄 것이다. 가닥가닥 씻어야 하는 부추보다 세척도 수월하니 이렇게 편한 식재료가 어디 있겠나! 섬유질이 많아 배변을 돕고 덩달아 독소를 배출해 주니 피부가 맑아지고 체중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2, 봄이 다가왔음을 꽃망울이 전한다. 부드러운 미나리와 함께 나른해질 봄을 활기차게 맞이하자! 건강을 챙기는 데에는 제철 음식이 단연 최고다!


글 김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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