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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지구생활기

헌 옷, 새 봄 Feat: 새봄아,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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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illden / 작성일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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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 춘분이다. 앞으로는 밤보다 낮이 길어진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낮 기온이 올라간다. 이제부터는 꽃샘추위에 대한 두려움(?)도 완전히 내려둘 수 있다. 봄에 만나는 추위를 대하는 용기가 조금 생겼다고 할까? 그러니 겨울옷도 미련 없이 확실히 정리한다. 3월하고도 중순이 지났지만, 여전히 챙겼던 내의도 죄다 정리 대상이다. 나는 새해를 맞아 집 안 정리를 했고 봄을 맞아 옷 정리를 한다. 

 

나는 체중이 급격히 늘거나 옷이 아주 헤지는 경우는 잘 없다. 그래서 나의 옷을 버리거나 정리하는 경우가 드물다. 유행에 민감한 옷은 수명이 짧기 때문에 구입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르게 올해는 내 옷도 여러 벌 나왔다. 소화불량에 걸릴지도 모를 만큼 허리가 조여서 숨쉬기가 힘들었던 옷은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미련이 남지만 별수가 없다. 지인에게 받은 것 가운데 내게 어울리지 않아 손이 가지 않던 옷들도 보내기로 했다. 일정 공간 이상 옷과 신발을 늘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데, 올해는 손이 가지 않는 이 옷과 신발도 정리 대상이다. 넘치는 옷과 신발은 정리의 가장 큰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따스한 봄이 오고 옷을 정리할 때면 처음으로 지인에게서 옷을 받아 든 그날이 늘 생각난다.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토하거나 침 흘리고, 이유식 등으로 얼룩이 가라앉을 날이 없다며 곳곳에서 옷을 챙겨 주셨다. 옷상자가 방 한 켠 천정까지 쌓여 있을 때도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닐 때까지 옷 걱정 없이 지냈다. 그래서 내가 누린 지난 날의 혜택을 주위에 돌려드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매년 아이들 키 크는 속도만큼이나 지인 가운데 그 수요자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정리하는 곳 대부분을 중고 거래나 헌 옷 수거함, 기부 등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의 옷은 해마다 이 시간이 필요하다. 정리 속도가 빨라져서 신난다. 입을 수 있는 옷과 그렇지 못한 옷, 작은 옷과 그렇지 않은 옷, 나눔이 되는 옷과 안되는 옷 등으로 나눈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이니 작년에 조금 크게 입었다 싶은 옷도 올해는 작은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래도 헤어져야 할 옷이 매년 제법 나온다. 그 가운데에 한 두벌 정도는 별도로 챙겨 지인에게 전한다. 올해는 샤랄라 공주 원피스가 그 대상이다. 아이가 얼마나 아끼던 옷인 만큼 어여쁜 공주님께 전했다. 포장 상태 그대로 있는 새 양말도 함께 보냈다.

 

옷을 정리하는 것은 우리 집에서 내보내는 것만이 수는 아니다. 수선 등의 방법으로 옷 수명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수산에는 짜깁기, 천 덧대기 등의 방법도 있지만 보풀 제거도 한몫한다. 보풀이 유난히 많이 이는 옷을 새 옷처럼 살리는 탁월한 방법이다. 한 번의 세탁에 보풀이 일기 시작했던 옷이 있는데 정도가 지나쳤다. 한 계절이 아니라 한 달도 입지 않은 옷인데, 십 년은 입은 것처럼 보풀이 일어났다. 사실 보풀 제거기를 이용하다가 아끼던 옷 몇 벌을 버린 적이 있어서 이번에 큰 용기를 내어 몇 년 만에 기계를 새로 구입했다. ‘보풀 제거란 이런 거야!’ 라고 할 만큼 성능이 좋았다. 덕분에 한쪽에 고민거리로 밀려 있던 옷들도 함께 정리할 기회가 되어 만족스러웠다.

 

신학기가 되었다. 편지를 쓰겠다며 아이가 편지지를 가져왔다. 편지만으로 자동 기부금이 적립된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편지쓰기에 참여했다. 동영상을 함께 제공받았는데, 그 아이의 삶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기부한 옷이 아이의 신체를 보호해 주고 있었다. 나는 엄마로부터 이어받은 옷 기부를 벌써 십수 년째 이어 오고 있다. 그 많은 옷도 저렇게 지구촌 어딘가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 테다. 내가 아는 한, 옷을 아껴 입고 고쳐 입고 오래 입고 돌려 입는 것만큼은 지구를 아끼는 방법 가운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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